
슈리마
한때 슈리마는 드넓은 남부 대륙 전체를 호령하던 강력한 제국이었다. 그러나 슈리마의 마지막 황제가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배신당한 사건 이후로 제국은 몰락하고 말았다. 눈부시게 빛나던 수도는 어마어마한 재앙에 휘말려 쑥대밭이 되었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도시들은 모래 언덕에 파묻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슈리마는 사막 한가운데에 을씨년스러운 폐허로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지극히 척박한 이 사막 지대에는 강인한 소수 민족들만이 오아시스 몇 군데와 해안가의 일부 목초지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슈리마가 멸망하고 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장엄한 수도도,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의 원판도 지금은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었고, 슈리마의 종교는 지금껏 살아남은 후예들 사이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채로 전해져 내려올 뿐이다. 그 후예들 중 대부분은 오아시스 근처나 슈리마의 폐허 위에 작은 마을을 꾸리고 과거의 영광을 기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일부는 폐허 속에 파묻힌 옛 제국의 보물을 찾아내서 팔거나, 부자들의 용병 노릇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는 모두 털어버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살고 싶은 이들은 바다 너머의 국가들과 교역을 하며 살기도 한다.
그런데 잠들어 있던 고대 슈리마의 신화가 깨어나고 있다. 땅속에 묻힌 강력한 도시들이 지상으로 솟아오르고, 금빛 전사들이 모래의 대군을 이끌고 행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사막의 바람을 타고 떠돌고 있는 것이다. 고대의 영웅들이 부활한다거나, 신들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어 이 세상의 기반이 뒤흔들릴 거라는 소문도 자자하다.
슈리마가 깨어나면 모든 것이 격변할 것이다.